2008년 10월 01일
2006년 여름, 좋아하던 영화관 시네코아가 문을 닫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봤던 곳이라서 더욱 특별한 곳이었는데-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보며 떨리던 순간을 떠올리며, 시네코아에게 작별인사를 전하러 들렀던 날- 여느 때처럼 사람은 많지 않았고(그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ㅠ_ㅠ)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던 기분좋은 추억이 떠올라 웃음이.
영화표를 끊고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차를 주문했다. 여름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를 마시는 나와 웰치스 딸기맛을 시킨 H군. 어디에선가 걸려온 전화에 통화하는 H군을 몰래 찍고, 커피마시는 수줍은 나를 H군이 찍다. 아직 커플링이 없을 때라서 손가락이 허전해 보여- :D
차를 마시고 영화관 앞에서 창에 비치는 우리를 찍은 사진.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이 사진이 나는 너무 좋다- 지금은 끊어져 버린, 한 때 참 좋아했던 초록색 목걸이를 했었는데 H군도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말은 안했지만 나는 참 좋았더랬다.
시네코아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날 우리는 영화를 보고 조금 걸어 근처 아트 시네마 옥상에 올라갔더랬다. 높은 곳이라서 바람은 더 시원하게 느껴졌고 구석에 가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H군을 보며 나는 캔커피를 마셨다. 커피와 담배로 부족한 카페인과 니코틴을 보충한 후 근처 허름한 가게 앞에 앉아 수다 수다. 셀프 샷에 아직 익숙치 않던 우리는 많은 사진들 중 둘 다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지금 보니 이런 흔들린 사진들이 더 매력 있네.
초록색과 여름밤, 시원하던 바람, 대화, 손잡고 걷는 즐거움, 눈빛만으로 통하던 우리.
# by 서울하늘 | 2008/10/01 12:27 | 입술이 달빛 | 트랙백 | 덧글(2)
2008년 10월 01일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이해경 지음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읽는 내내 작가가 소설 쓰는 자신을 담보로 이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소설쓰기로 대체하는 듯한 설정들과 누구라도 쓸 수 있으나, 모든 글이 소설이 될 순 없다는 명제를 끊임없이 곱씹는,, 영리한 글쓰기. 그러나 심사평에서 누군가 지적했듯이 이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되풀이되는 주인공의 탄식과 생각들이 오히려 글읽기를 방해하기 때문- 그리고 열심히 달려온 것에 비해 너무 터무니없이 허무한 결말이 장편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껴지는 뿌듯함을 반감시켰다- 내 스타일의 소설은 아닌 것 같아. :D
그녀가 자신을 소설로 쓰고 싶어 참을 수 없어하는 욕구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저열하기 짝이 없는 심보였다. 그는 자신이 소설을 쓰려야 도저히 쓸 수 없는 정확한 이유를 찾은 듯 했다. 그녀는 아팠고, 그는 그녀의 아픔을 아파하는 척할 수 있을 뿐이었다. 소설은 아픔으로부터 오는가... 적어도 아픔의 공감없이 소설은 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눈물은 쉽게 말라버리고, 멈춰 있는 그녀의 소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통증을 못 느끼는 환자라고 느꼈다. 그녀에게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 by 서울하늘 | 2008/10/01 11:51 | 다락방 등불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9월 29일
출근하는 길 무심코 들여다 본 핸드폰 액정에 9월 29일이란 숫자가 나를 사로잡았다. 결혼식에 엄마 생신에 데이트에 축구장 나들이 등등으로 바쁜 주말을 보내면서, 생각해보니 날짜를 상기한 적이 없었던 거다. 어이쿠, 9월이 달랑 이틀밖에 남지 않은거야? 생각하다 설핏 잠이 들었다. 꾸벅이며 졸다보니 금세 동대문운동장역에 도착. 2호선을 갈아타러 가는길, 월요일 출근길 마주치는 사람들의 9할은 어찌나 다들 회색빛 표정인지. 하긴 나도 그런 거 같긴 하다. 주말의 여유로움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채 멍- 한 머리- ㅎㅎ
이제 곧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약을 먹었더니 어찌나 헤롱거리던지- 급기야 회의실로 들어가 좀 자고 나왔다. 다행히 머리가 조금 맑아진 기분- 10월 3일 개천절이 금요일이라는 걸 잊고 있다가 방금 깨닫고는 머리가 한층 더 맑아지기도 했지만... -_-;; 드디어 찾아온 가을 바람에 마음이 설렌다.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다가올 봄. 언젠가부터 무섭게 휙휙 지나가버리던 시간이 요즘은 뭐랄까, 가만히,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다. 소중히,, 하루 하루를 보내야지. 다가올 10월을 기대하며-
# by 서울하늘 | 2008/09/29 11:45 | 잠이 늘었어 | 트랙백 | 덧글(0)